제17대 총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입후보자와 정당들의 13일간에 걸친 공식 선거운동 열전이 끝나 유권자들의 귀중한 한 표에 의하여 앞으로 4년간 이끌어 갈 국민의 대표자들이 결정된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말도 많고 또한 예측도 어려운 것이 이번 총선이다. 특히 이번 총선의 승부처인 경기지역을 비롯한 수도권은 막판까지 박빙의 혼전이 벌어졌다.
우리는 그 동안 총선을 무려 16번이나 실시하였지만,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도 한국정치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02년 대선 이후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이 이번 총선을 통하여 정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 때문에 그동안 숱한 정쟁을 전개하였고 또한 대통령 재신임이니 탄핵이니 하는 문제도 결국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투표 행태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고비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17대 총선 결과는 한국정치사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어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부동층이 느는 틈새를 타고 지역주의, 금품공세가 되살아나 모처럼 기대했던 공명선거가 흐려졌다. 특히 각 당의 지도부가 지역주의에 호소한 구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조차 지역주의에 합세하여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정책이나 자질로 승부할 생각은 않고 감성이나 이미지만으로 지지표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정책정당화를 위한 1인2표제를 채택하였지만 각 정당의 정책은 보이지 않고 눈물과 단식과 바람에 호소하는 감성정치만 난무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에 대한 판단의 최종 책임은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 유권자들은 국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겠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 그리고 각 정당의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 투표권을 행사해야 된다.
기권은 안된다. 기권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원치 않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들이를 가도 투표 후에 나가야 된다. 아무리 내가 주인이라고 외쳐대도 머슴을 뽑는 귀중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미 주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내 한 표의 중요성을 새삼 음미하여 반드시 투표에 참가하는 성숙된 민주시민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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