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가 14일 30회로 끝났다. 극본을 쓴 노희경은 작품성이 높은 작가로 손꼽힌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우선 ‘첫번째 시청자’라 할 수 있는 출연진, 스태프부터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은 원인은 연기자들의 열연과 연출력의 결과지만 결정적인 것은 사실적인 대본이다.
우리 생활에서 가족은 끊임 없는 상처의 원인인 동시에 유일한 위안처다. 인생의 걸림돌이자 때론 징검다리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특별할 것 없는 한 가족의 남루하고 답답하고 고단한 사정을 마치 내 집안 일처럼 생생하게 그렸다. 어머니 영자(고두심)는 착하다 못해 못난 ‘미련퉁이’다. 딴 살림을 차려 자식까지 본 아버지 두칠(주현)은 소실(방민서)을 살리겠다며 어머니(본처)의 콩팥을 요구할 만큼 뻔뻔하다. 매맞고 살다 이혼한 큰딸 미옥(배종옥)은 지겹지도 않은지 또 다시 결혼하겠다고 법석이고, 쿨한 사랑을 자신하던 둘째딸 미수(한고은)는 하필 오빠를 죽인 이혼남 인철(김명민)에게 빠져든다. 형을 죽인 범인을 잡겠다고 나이트 클럽 삐끼로 일하는 막내 재수(김흥수)는 누나들에 뒤질세라 첫사랑의 홍역을 앓는다.
50대 중반의 ‘천사표 어머니’가 자식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에 걸리면서 ‘꽃보다 아름다워’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마다 사랑에 미쳐, 삶에 지쳐 허방을 짚을 때마다 자식들은 돌아가며 어머니의 가슴에 못질을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얼굴에 밥풀 묻은 건 떼줄 수 있어도 맘 아픈 건 어떻게 못해 주는데 어쩌냐”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어머니의 사랑은 남편을 뺏어간 젊은 여자에게 콩팥을 주고, 처자를 내팽개친 아버지를 껴안는다. 금쪽 같은 피붙이를 죽인 원수마저 용서한다. 모든 가족들을 뉘우치게 한다.
’꽃보다 아름다워’는 때로 지옥이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족을 기꺼이 품는다. 바람 잘 날 없는 가족이지만 아픔에도 향기는 있다. 감동적인 해피엔딩을 선사하며 “미루지 말고, 나중에 후회말고 지금 사랑하라”는 말이 꽃보다 아름답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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