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의 이변 중 하나다. 비록 교섭단체구성 요건의 인원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 민주당과 자민련을 제치고 3당으로 떠오른 것은 괄목할만 하다.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은 제1공화국의 진보당 이래 처음이다. 그러나 정치토양은 진보당 시절과는 아주 판이하다. 조봉암 등을 중심으로 한 진보당은 극우의 안보관 시각에 의해 궤멸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법익의 보호속에 대중적 좌파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작금의 여건이다.
그리고 원내 진입에 성공한 것은 곧 대의정치의 책임 부하다. 이에 즈음하여 민주노동당에 한두가지 석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아 묻고자 한다. 당의 사회주의 강령이 유럽의 좌파정당과 어떻게 다른건 지 궁금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제3의 길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연방제 통일방안이 북측 방안과 어떻게 구분되는 건지도 모르는 민중이 많다. 분배 우선의 정책이 과연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 지도 알고 싶다. 담보할 수 있으면 성장에 우선하는 분배 수요를 무슨 방법으로 충당할 것인 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당부할 것도 있다. 이제 더 이상 투사나 투쟁의 수단화는 원내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대화와 설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책 구현의 방법 또한 장외가 아닌 장내에서 추구하여야 한다.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쳐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숙련된 새 면모를 보고 싶다.
또 있다. 계급사관에 의한 급진적 좌경이 당의 지상주의가 아니라고 보아 보수와의 차별화가 합리적으로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시장기능을 존중하고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의 유도 또한 기대하고자 한다.
민주노총을 둔 민주노동당의 세는 이미 막강하다.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진성 당원을 갖고 있기는 국내 정당 가운데 유일할 정도로 조직의 응집력 또한 철저하다. 노동귀족의 출현을 자제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혁은 폭력이 아니다. 불법적 폭력에 의해 시도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무엇보다 민중사회를 편안하게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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