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홧김에 내다니

올들어 39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209건에 비해 85% 늘어났다. 피해면적도 지난해 107㏊에서 올해 785㏊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6~27일 이틀에만 28건이 발생, 여의도 면적의 4.5배 가량인 141.58 ha가 소실됐다. 건조한 날씨와 입산인들의 실화가 주원인이지만 고의적인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14건이나 된다고 한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의 연평균 6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담뱃불, 쓰레기소각 등 입산인의 부주의나 실화로 발생한 산불의 피해도 지난해 100㏊보다 7.5배나 폭증했는데 고의로 산불을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에다 산지의 용도변경을 노린 방화까지 발생하고 있어 산불방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인천의 L모씨는 사업부도로 빚을 져 사회생활이 싫고 교도소에나 가려고 해발 650m 산중에서 낙엽을 모아 불을 질렀다. 지난 8일에는 새벽 2시30분과 오후 1시25분쯤 이천시 율곡면 총곡리 마을 뒷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3건의 산불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2㏊의 임야가 소실됐다.

타지역의 경우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금단2골 야산에서도 방화로 보이는 산불이 발생, 태백산맥 백두대간과 정선 방면으로 번져 임야 430㏊와 가옥 3채가 불에 타고 주민 3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이런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소요되는 인력은 엄청나다. 임야 30㏊를 잿더미로 만든 포항·경주의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출동한 해군 6전단 소속 UH-60 헬기가 논에 추락, 조종사 등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고의 방화 등을 막기 위해 동해안 산악 지대 등에서 매일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1천200명의 산불감시요원이 밤샘 근무를 하고 있는 것도 이만 저만한 인력 투입이 아니다.

산림에 신록이 돋아났어도 요즈음은 산불발생 위험이 상존한다. 산지전용을 노리거나 사회불만자·정신이상자 등의 우발적 충동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은 근본적인 예방대책이 부족하다. 철저한 감시가 최선의 방법이다. 산불을 고의로 낸 방화범을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도 ‘홧김 방화’를 막는 길이다. 정부는 산불 방화범을 보다 엄중한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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