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 앞 공원 경내에 있는 조선 초기의 어수우물(御水井)은 깊이 8m, 지름 1.5m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56호다. 이 우물은 둥근 모양새로 우물 속은 온통 돌벽으로 쌓아 올렸는데 화강석은 정방(正方) 또는 장방형으로 마름한 돌이 쓰여졌다. 석축은 각 단마다에 반월형의 마름돌을 원형(圓形)으로 맞추어 다른 석축이 튼튼히 지탱할 수 있게 하였다. 우물꼭대기 땅바닥 부분에는 네모진 장대석(長臺石)이 정(井)자형으로 놓여 있다.
조선시대 역대 임금이 종묘에 전배할 때면 이 우물물을 마시고 손을 적시었으므로 어수우물로 봉해져 내려왔는데, 그 석축 방법이라든지 석재가 닳고 닳은 상태로 미루어 그 연륜이 매우 긴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수도시설이 완비된 오늘날에 모든 우물들이 메워져서 그 자취를 감춘 중에 유독 이 우물만은 심한 가뭄에도 물이 줄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수원에서도 조선조 제22 정조대왕(1752~1800)이 마시던 어정이 발굴돼 올 상반기 중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MBC-TV의 인기드라마였던 ‘대장금’ 촬영지인 화성행궁(華城行宮)과 정조대왕의 영정을 모신 화령전(華寧殿)사이에서 발굴한 이 어정은 가로 세로 각 90㎝이며 깊이는 5.4m이다. 우물안은 40여㎝ 두께의 화강암이 14층으로 쌓여있다. 이 어정은 정조대왕이 아버지(사도세자) 능 참배차 수원에 와서 화성행궁에 머물 때는 어수로, 정조대왕이 승하한 이후에는 제수(祭水)로 사용됐다고 한다.
우물안의 물을 최근 수원시 상수도사업소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일반세균 암모니아성질소, 대장균, 맛, 색도, 냄새 등 전체 46개 항목에서 모두 합격통보를 받았다.
3년여 전 발굴했다는 이 어정을 지금에서야 공개하는 것이 아쉽지만 관광객들이 화성행궁, 화령전 등을 둘러보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관광상품화 하기로 했다는 수원시의 계획은 그럴 듯 하다. 200여년 전 우물의 수심이 4.4m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하나의 수원명소가 될 이 어정을 ‘화성행궁 어정’으로 명명했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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