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썽이 된 새 번호판

자동차 번호판은 책임 소재를 명시하는 공식 기호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자동차 번호판의 지역 명기가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역명을 없앤 새 번호판을 만들었다.

한데, 이게 단 며칠이 못가 사단이 벌어졌다. 디자인이 잘못됐다는 네티즌들의 항의로 디자인 공모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왕이면 디자인이 보기에 좋아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번호판은 모양새보다는 번호 식별이 쉬워야 하는 것이 제 기능이다.

이래 저래 말썽이던 자동차 새 번호판이 또 말썽이 되었다. 전국에는 주요 도로에 2천190여대의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무인카메라가 새 번호판의 번호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 번호판이 아니고 전국 번호판인 새 자동차 번호판을 단 차량은 81만여대로 전해졌다. 이들 차량의 새 번호판엔 무인카메라가 눈 뜬 까막눈이 된 이유는 새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 안됐기 때문이다. 즉 무인카메라가 위반 차량의 영상을 각 지방경찰청 영상 시스템으로 전송해도 종전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는 새 번호판의 숫자 등에 대한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새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전문 업체에 의뢰해 일부 지역은 설치하였으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어 애로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건설교통부의 잘못에 모든 책임이 돌아간다. 어떤 시책이든 실행 전 입안단계의 검토와 실행 후 효과단계의 확인을 거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요건인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건설교통부는 입안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도 하지 않은 데다가 효과단계에서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 등 관련기관과 협조체제를 좀 더 가졌더라면 이같은 착오는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 번호판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설교통부의 변변치 않은 책상머리 행정으로 국민만 골탕 먹는가 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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