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놈)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줄 알았다”고 한다. 어느 외국 구호단체의 현지 방문자는 한 용천 주민이 말한 열차폭파 사건의 발발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병상이 모자라 복도에까지 중상자들이 널려있다고 한다. 화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2차 감염이 우려될 지경이라고 한다. 이보다 심한 비극적 참상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폐허의 도시에 유령의 그늘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밀물처럼 일고 있다. 의약품, 의료지원, 생필품 등 뭣 하나 다급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다. 부상자와 이재민들에게는 구호의 손길이 한시가 급할만큼 절박할 것이다.
북측은 엊그제 이쪽에서 제시한 병원선 등 의료지원을 사양했다. 5t 트럭으로 30대 분량인 구호품 전달도 육로 대신에 선편으로 보내라고 했다. 판문점과 개성, 평양을 거치는 육로로 가면 한나절이면 현지에 닿을 구호품이 해상으로 가면 며칠이 걸릴 지 모른다. 이 무렵의 서해는 바다 기상마저 악화되어 배가 당장은 뜰 수 없는 상태였다. 인천항에서 남포로 가 남포에서 용천으로 물자가 수송되려면 잘 해야 오는 30일이나 피해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이런데도 굳이 북측은 육로 수송을 거부하고 의료진료팀 지원을 마다 하였다. 그 이유가 육로 수송은 연도의 민간인들에게 노출되고 의료팀 지원은 피해 현지인과의 접촉을 꺼린 데서 연유한 것은 정말 안타깝다.
하긴, 북측은 국제적십자연맹 관계자들이 용천역 열차폭파 사고 현장을 조사한 지난 24일 당일 밤에도 조선인민군 창건 72주년을 기념하는 4·25경축야회에서 댄스파티를 즐겼다. 조선중앙통신은 ‘인민무력부 일꾼들도 춤판에 뛰어들어 병사들과 함께 춤을 추며 야회 분위기를 돋우었다’고 보도했다.
자유민주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가는 일들이 많지만 피해 주민은 동포다. 동포의 불행을 돕는 동족애 하나만으로 체제를 탓할 것 없이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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