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용

한국소비자 보호원이 전국의 신혼부부들과 혼주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비용이 9천만원이었다고 했다. 서울·부산 등 5대 도시에 국한한 조사여서 전국의 평균치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웬만한 가정이라도 비명이 나올 금액이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결혼비용을 몽땅 부모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통계도 착잡하다. 부모 도움 없이 검소하게 결혼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에겐 허탈감을, 자녀의 혼사를 앞둔 부모들에겐 좌절감을 안겨주는 조사결과다. 작년의 조사이니까 지금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결혼비용 내역을 보면 사회·경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택자금 부담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예식·피로연·신혼여행비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도 고비용의 원인이다. 혼수도 문제다. 김수현씨가 쓴 TV드라마 ‘혼수’는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집 여자가 만나 사랑하지만 결국은 혼수문제로 이별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연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이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다.

혼수 제대로 못해와 매일 구박 받는 며느리, 혼수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 못한 연인, 또 자녀의 혼수비용을 장만하느라 아파트에서 전세로 이사간 부모의 이야기는 허다하다. 혼수비용을 장만하기 위해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예비신부도 있었다. 부잣집으로 시집갈 경우 기본적인 혼수에다 시어머니 밍크코트나 명품 핸드백은 기본이라고 한다.

작년 9월 신은경 영화배우와 연예기획사 김정수 대표는 5천평에 달하는 식장에서 하룻 밤 1천500만원 짜리 호텔 속의 호텔방에서 지냈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팬들로부터 부러움보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호화결혼식에 비하면 9천만원 정도의 결혼비용은 검소(?)한 편이다.

결혼비용과 혼수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렇게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수비용 받아 창업해서 돈 벌며 혼자 살겠다는 여대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시집 안간다는 딸을 칭찬할 수는 없다.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슴만 타고 있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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