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퇴학제도

그 여선생님은 불량학생 서클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어느 학생이 ‘×××’이라고 제의하는 것을 “무슨 서클 이름이 유치하냐? 차라리 ‘불새’라고 하라”고 했던 것이다. 여선생님은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함께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당구 같은 것도 같이 치곤 했다.

어쩌다가 며칠 학교에 안나오는 학생 집에 가보면 동생들과 라면 끓여 먹는 것을 보고는 개밥 그릇처럼 지저분한 그릇에 같이 퍼담아 함께 먹기도 했다. 여선생님은 교무회의 때마다 동료 교사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도 퇴학은 안됩니다.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라고 불량학생들을 감싸는 바람에 멸시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같은 근질긴 노력이 헛되지 않아 서클은 해체되고 학생들은 어려웠지만 학교에 다시 정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교도소에나 가 있을 제가 지금은 군대에서 곧 제대할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성공한 모습으로 선생님을 꼭 찾아 뵙겠습니다…’ 그 여선생님이 이런 제자의 편지를 받은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어요…”라고 여선생님은 말했다. 그것은 제자의 편지가 준 감동도 감동이지만, 불량학생들을 감싼다고 동료 교사들로부터 받았던 모진 서러움이 새삼 가슴을 치밀며 복받쳤기 때문이었다고 돌이켰다. 도내 어느 고등학교에서 십수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경기도교육청에 일선 기자로 나갈 때 직접 들어 확인했고 또 기사화하기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2학기부터 정학 및 퇴학제도를 다시 부활한다고 한다. 신중을 기한다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학이나 퇴학처분은 교육의 포기다. 물론 선량한 학생들을 위한 불량학생의 격리라는 취지를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얼마나 학교가 과연 최선을 다 했는 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까맣게 잊었던 그 여선생님 얘기가 가슴에 다가온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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