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농구귀재 허재 선수는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가진 은퇴 경기를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났다. 지금쯤 무슨 상념에 젖어 있을까. 경기마다 피마르도록 집착해야 했던 승부욕에서 해방된 것을 시원하게 여길 것인지, 아니면 땀 배인 코트에 아직도 못다한 향수에 젖어 있을 것인지.
무려 4천여명의 팬들, 그것도 10대에서 40~50대까지 폭넓은 팬들의 열광적 환호성 속에 은퇴경기를 치르고 선수생활을 마감했지만 만감이 교차되는 상념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한국 남자농구에서 이충희 선수에 이어 대들보 역할을 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허재 선수, 그도 이젠 어느덧 설흔아홉이 됐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농구볼을 쥐어 용산고등학교 주니어 시절에 벌써 시니어 선수들을 앞지르며 두각을 드러낸 한국농구의 기린아로 등장했다. 허재 선수의 선수생활은 언제나 자만심을 가질 줄 몰랐던 겸손함이 특징이다. 스타덤에 오를 수록이 스스로가 자신을 채찍질 했다. 이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에게 맞은 종아리 매를 고등학교를 졸업해서도 맞은 적이 있다. 선수생활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 같으면 아버지는 영락없이 회초리를 들곤 했다.
허재 선수는 이 때문에 여학생들에게 오는 팬레터도 제대로 받아볼 수가 없었다. 코트장 밖의 인기보다는 코트장 안의 실력이 자신의 생명임을 그의 아버지는 늘 일깨워주곤 하였다. 운동선수들에게 몸은 곧 자산이다.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게임의 질을 높이고 선수생활의 수명을 늘려 준다. 그가 마흔이 다 되도록 코트를 화려하게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몸 관리를 스스로가 그만큼 엄격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허재 선수는 선천적 감각과 순발력 등을 타고나 스타플레이어의 자질을 지녔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자질을 갈고 닦아 기량을 드높인 것은 부단한 후천적 노력임을 모든 운동선수들은 본받아 명심해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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