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급회담이 지연되는 이유

남북 관계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은 군사력 대치다. 이의 완화없이는 진정한 평화 정착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군 장성급 회담은 이래서 군사적 긴장 관계를 푸는 첫 단추가 된다. 이미 공사가 다 된 경의선 철도 연결이나 육로가 개통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남북간 군사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4차 남북장관급 평양회담에서 북측 권호웅 단장은 지난 13차 회담에서 합의한 군 장성급회담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한·미합동군사연습 등 때문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는 상례적 방어용 합동훈련이라고 반박하였으나 북측이 이를 모르고 하는 소린 아니다. 권호웅 북측단장이 기조연설에서부터 군사훈련을 문제삼고 나선 것을 보면 이번 회담을 앞두고 돌연 김령성 전 북측단장이 교체된 배경을 대충 짐작케 한다.

북측이 이처럼 군 장성급회담을 지연시키는 데는 핵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선군사상의 체제 수호와도 연관이 깊다. 이밖에 장관급 회담에서는 군 장성급 회담이 정식의제가 되기 어려운 북측 권력구조의 특이성에도 이유가 있다.

남측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기도 하는 2인자 인데 비해 북측 정무원 총리는 권력구조 서열에서 정상과 거리가 멀다. 남측 정부 대표는 국방부를 대변하는 권능을 지니지만 북측 정무원 대표는 인민무력부를 대변하지 못한다. 군사문제는 오직 김정일 위원장이 당·정·군을 총괄하는 국방위원회의 전권에 속한다. 이러므로 북측 대표가 설사 군 장성급 회담을 언급한다 하여도 어디까지나 국방위원회에 대한 건의 표명의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번 남북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용천 열차폭파 참사 구호를 계기로 행여 화해무드를 기대한 일부의 시각이 있었다면 얼마나 큰 착각이었나를 알아야 한다. 남측은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단체와 기업, 심지어는 국민성금을 모아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감동하여 달라질 북측 당국이 아니다. 대북 관계에서 감성적 접근은 언제나 판단의 오류를 가져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인내가 요구된다. 동포애로 대하면서 끊임없는 대화로 빗장문을 두드려야 한다. 평화공존, 나아가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비싸다 할 순 없다. 다만 접근에 있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성적 사유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