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해외연수는 실질적인 배움의 연수를 가져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식이 팽배해 짐에 따라 경비마련과 알찬 연수를 위해 반씩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총 의결이 있었다.
이에 금년에는 총무보사위원회 의원들이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이집트 등 지중해연안 4개국의 해외연수 계획을 잡고 부족한 경비는 의원들이 각 55만원씩 자부담을 했다. 그래도 떠나려는 마음이 편치 않는 이유는 뭘까. 항상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나가게 되면 곱지 않은 시선과 탄핵정국, 연수대상국인 스페인의 테러사건은 이번에도 해외연수를 떠나기 까지 참으로 많은 마음고생을 하게 만들었다.
가야 되니 말아야 되니 하는 논란을 거듭한 끝에 위원장인 나에게 결정 위임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난 이미 연수대상국에 대한 일정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이므로 갈 것을 결정, 후속절차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막상 떠나는 날 비행기에 오르는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우리 시민들의 가슴에 비쳐지는 의원들은 결코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역지사지의 생각에서다.
인천공항에서 12시간의 비행 끝에 이집트 카이로공항에 도착한 것이 현지시각 새벽 2시 30분이다. 몹시 고단함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동안의 선거를 치르고 또한 임기 반이 지난 2년 남짓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는 것은 왠지 여행의 첫 밤에 씁쓸한 마음까지 갖게 하는 것 같다.
첫번째 여행국인 이집트 여행이 시작되었다. 카이로에 있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3천~5천년 전의 역사가 증빙되는 미라, 석관, 분묘벽화 등 이집트 고대 파라오 왕조의 유물을 둘러보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경이의 하품만을 해대는 것이 의원들의 표정이다. 오천년 전이면 우리는 역사책에서 단군신화를 읽을 정도인데 정교한 석물상이나 금장식 유물 등을 보며 그 옛날 이집트의 찬란한 역사가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었다. 카이로 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한 아기예수 피난처의 교회를 방문하면서 이슬람문화권에서 기독교가 같이 공존하는 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역사책에서나 봤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실존 현장을 보면서 정말 세계 7대 불가사의한 역사의 현장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길을 떼지 못하면서 뜨겁게 내려쬐는 태양 아래서 사막의 모래바람을 등지며 당시 축조현장을 상상해 보았다.
이집트 남쪽에 위치한 룩소지역에서 룩소신전과 카르낙 신전을 둘러보면서 320t이 넘는 통돌을 다듬어 세운 오벨리스크 등 웅장하고 장엄하면서 엄숙하기까지 한 돌의 건축문화를 체험 할 수 있었다. 또 나일강 서편에 위치한 왕들의 계곡을 둘러 62기의 왕들과 많은 귀족들의 토굴무덤을 보면서 사후세계를 중시하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또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19세기에 프랑스인 샹폴리용이 로제타 스톤에 의해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면서 이집트의 고대 찬란한 문화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지금도 흥분되는 듯하다. 이 사실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역사 숨결을 모르는 돌덩이에 불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기.파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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