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즉 섹스(sex)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실존상 주요 동인(動因)이자 존재의 중심이다. 보이지 않는 삶의 안내자이며 죽음에 대한 삶의 승리이기도 하다. 육체는 죽지만 섹스를 통해 유전자의 불멸성을 약속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섹스를 단지 성적 욕망의 분출로만 이해하지만 사실은 존재의 근본이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는 그 명칭을 고대 결혼식에서 불렀던 노래에서 따왔다. 찬송가를 뜻하는 ‘Hymn’과 처녀막을 뜻하는 ‘Hymen’은 그 어원이 동일하다. 그만큼 섹스는 성(聖)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들을 다스려라 하시니라” 성경 창세기 1장 28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간은 이 창세기의 구절처럼 만물의 영장으로 지구에서 살아왔다.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테크놀로지(기술)를 가공할 만큼 발전시키면서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해왔다. 그러나 하늘이 두 쪽 나도 인간이 동물과 똑같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섹스다.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그것을 통하지 않고는 세상에 나올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섹스라는 숙명이다.
섹스는 인간유전자의 불멸성을 확보해주는 수단인 동시에 남녀의 관계를 아주 친밀하게 이어주는 유대의 끈 역할을 한다. 지적인 교류와 성적인 교류(성교) 사이에는 유사성이 존재한다.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먹은 사과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다. ‘선과 악에 대한 지식의 열매’이다. 이 열매를 먹음으로써 이브는 선과 악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히브리어로 지식을 의미하는 ‘Da at’는 동시에 섹스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의 섹스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성의 상품화가 극도로 번창하고 있으며 파괴·오염되는 환경문제는 정상적인 유전자 전승을 가로 막고 있다. 에이즈와 같은 질병이 인류의 눈앞에서 섹스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성의 상품화는 결국 섹스마저 병들게 한다.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는 것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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