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오기?

‘盧 대통령은 지난 5일 저녁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열린우리당 핵심 중진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반대와 관계없이 金(혁규)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내세우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는 어느 신문 보도가 틀림이 없다면 유감이다.

첫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행한 대통령의 직무관련 발언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판결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소추 당사자인 대통령이 기각을 예단하는 속셈을 비친 것은 장소가 아무리 대내 행사였다 할 지라도 신중치 못하다. 헌법재판소가 그의 예단대로 소추를 기각하게 되면 판결에 대한 권위를 대통령 스스로가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아직은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남의 당 행사에서 직무관련의 발언을 한 셈이 된다.

둘째는 도의성이다. 김 전지사는 한나라당이 세 번이나 경남지사로 공천한 사람이다. 자기 발로 나와 열린우리당에 입당했거나 아니면 빼내었건 간에 정치적 훼절임은 부인될 수 없다. 정당 선택의 자유를 원용할 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기가 심히 어렵다. 정치개혁을 말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훼절에 그토록 애정을 갖는 것은 도의성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는 대통령의 오기다. 한나라당이 자극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제17대 국회 개회벽두부터 야당과 격돌을 불사해가며 굳이 김 전지사를 내세우겠다는 것은 마치 오기를 보는 것 같아 민중이 보기에 개운치 않다. 그동안 변화를 기대하였던 국민의 여망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국무총리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신문 보도가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전한 게 못된다고 믿고 싶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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