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대보증폐지 시기상조 아닌가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이 연대보증의 한도를 줄이고 신용대출 확대 쪽으로 보증제도를 고치려는 것은 서민경제상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장기적으로 연대보증제 자체를 없앨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채무자의 사정으로 연대보증인이 선의의 피해를 입은 경우가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연대보증제를 바꾸려는 의도를 이해는 한다.

금감원은 외환위기 이후 보증인 피해가 급증하는 등 연대보증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짐에 따라 연대보증제도를 손질해 왔다고 한다. 지난해 3월 개인이 보증 설 수 있는 총액의 한도를 정하도록 한 것도 그 일환으로 알려 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가계가 신용으로 빌린 대출액 가운데 연대보증인을 세워서 빌린 돈의 비중은 11.8%(6조6천억원)로 2001년말의 29.4%(9조3천억원)보다 적어졌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경우 종전에는 한 사람이 동일인을 위해 보증 설 수 있는 한도를 정해 놓지 않고 건당 보증한도(1천만원)만 있었다. 이 때문에 동일인의 대출을 위해 1천만원씩 몇번이고 보증 서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건당 1천만원씩 2번까지만 보증설 수 있도록 (동일인 보증한도 2천만원) 제한하였다. 보증인이 동일 인물이라면 2천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금감원과 은행들이 연대보증제도 폐지 방침을 세운 것은 개인의 신용대출을 자신의 연소득·직장·주거형태 등을 점수화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한 ‘자기신용에 의한 대출’만 해주고 남의 신용(연대보증)으로 대출해주는 것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또 보증한도를 낮추고 다른 사람이 대출 받을 때 보증을 서면 자기가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내용을 대출약관에 넣는다고 한다.

자기신용으로만 대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돼 있는 것을 은행이 모를 리 없을 터인데 보증제도를 폐지하려는 것은 우선 연대보증인들의 애로점을 해결해 놓고 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연대보증을 줄이되 신용대출의 규정을 완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몰라도 연대보증제만 폐지할 경우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릴 것은 불문가지다. 보완책을 마련한 후 연대보증을 폐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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