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 “공공의료 비중을 병상수 기준 30%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또 시·군·구마다 거점병원을 두고 인구 5만명 당 보건소 한 곳씩을 설치, 서민을 위한 1차 진료를 강화하고 희귀·난치병 환자와 노인 장애인 등을 돌보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와 같은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올 공공의료 예산은 600억원에 불과해 노 대통령의 공약은 실현성이 불투명하다. 투자와 인력부족으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과 양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병상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병상을 오래 차지하는 희귀병이나 난치병 환자를 돌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공공의료 기관이 이같은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맡아 주어야 하지만 투자부족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예산 3천300억원을 신청했으나 600억원만 배정은 것이 그 실예다.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유출도 매우 심각한 상태다. 낮은 봉급이나 개업을 목적으로 의료진들이 사표를 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공사 의료원(전국 33곳)의 경우 의사 755명 중 39%인 295명이 2000년을 전후해 대거 사표를 냈다. 지방공사 의료원은 의사 654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581명만이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 207명이 필요한 보훈병원(5곳)도 현재 195명만이 일하고 있는 중이다.
1960~70년대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을 돌봤던 국공립 의료기관의 병상 비중도 2000년 15.2%, 지난해에는 11.6%로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정작 공공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과 희귀질병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빈사상태에 처한 공공의료사업을 살리는 길은 물론 예산증액이다. 하지만 보건소는 각종 질병 예방접종에 힘쓰고, 공공의료기관은 희귀 난치병 치료를 전담케 하여 민간의료를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 대통령의 공약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특별대책을 속히 수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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