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산리 고구려 고분발굴의 意義

비무장지대(DMZ)인 연천군 중면 횡산리 일대에서 고구려 고분으로 추정되는 300여기의 묘와 대규모 구석기유적이 발굴된 것은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다. 사실 한반도가 고구려 영토이었음을 언급할 일고의 필요도 없지만 중국의 역사왜곡 획책이 학계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우려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남한에는 충북 충주의 중원고구려비와 한강유역의 아차산 고구려 보루가 유일한 고구려 유적지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천군에서 남한 최대의 고구려 고분이 발굴됨으로써 한반도가 고구려 땅이었음을 더욱 분명히 입증한 셈이다.

고구려 고분이 발굴된 횡산리 일대는 일부 거주민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온 군사지역 이다. 따라서 향후 학계와 당국이 보다 정밀한 조사를 실시할 경우, 더욱 많은 고구려 유적이 발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굴된 고분군은 427년 평양 천도가 이뤄진 뒤인 5세기말~6세기초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표면에 관을 놓고 봉분을 쌓은 뒤 그 위를 다시 화강 편마암 돌로 덮는 고구려 적석봉토분(積石封土墳)이다. 특히 인근에서 고구려 항아리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들이 함께 수습됐다.

횡산리 무덤들은 고구려 토기들이 함께 출토된 데다 고분의 크기로 봐서 대개 고구려 평민의 무덤으로 보이지만 규모가 큰 봉토석실분의 경우에는 벽화가 발굴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더욱이 고구려 고분군에서 남쪽으로 약 1㎞ 지점 임진강변에는 구석기시대 타제석기의 재료인 몸돌(석핵·石核)들이 산재해 있다. 이 중에는 전기 구석기의 대표유물인 외날찍개 7점과 양날 찍개 3점, 중기 구석기의 대표유물인 주먹도끼 13점과 작은 도끼 4점 등이 포함돼 있으며, 몸돌 주변을 일정 크기로 잘라 내면서 중앙의 비교적 큰 석편을 제거한 거북등형 몸돌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정부는 연천군 횡산리 고구려 고분군 보존에 만전을 기함은 물론 현재 군(軍)이 헬기장으로 사용하여 물의를 빚고 있는 고구려 유적 ‘아차산 일대 보루군’을 사적으로 지정하는 일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