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지사의 연극출연

“너희(당신)들은 다만 운명적으로 선택받았을 뿐이다. 시청자들 가운데는 선택받은 너희(당신)들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지지대子는 방송담당 일선기자 시절에 신인 탤런트들에게 연기자가 가질 수 있는 교만을 늘 이렇게 일깨워 들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기에 소질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텔레비전에서 무슨 사건을 재구성하는 일에 일반인의 아마추어 재연 연기가 프로페셔널 뺨치게 잘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 게 그같은 예다. 연기의 요체는 연기자가 작중 인물에 용해되어 몰입하는 데 있다.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연기를 한다는 이중 개체 의식을 가져서는 연기가 잘 될 수 없다. 작중 인물과 얼마나 일체가 되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연극이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어려운 것은 대사 발성의 극적 조화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NG가 용납되지 않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연기자가 잘못하면 다시 되풀이할 수가 있으나 연극무대에서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관객이 보아주질 않기 때문이다. 또 연극무대의 연기는 특히 드라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장중하다. 모든 배역이 혼신의 열정을 내뿜어야 한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경기도립극단 제47회 정기공연 출연이 화제가 됐다. 연극 ‘카메오’에서 검찰관의 하인역은 비교적 단역이긴 하다.

그러나 무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연극에서는 아무리 단역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연극의 특성이다. 상대 배역과 호흡을 잘 맞춰야 연극의 전반적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난다.

손 지사의 아마추어 연기가 프로페셔널의 관점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 지가 궁금하다. 경기도립극단의 깜짝 출연은 지방 연극문화의 관심을 그렇게라도 해서 지역사회에 제고한 점은 인정할만 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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