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미 2사단 병력 4천명의 이라크 이동은 사실상 주한 미군 감축이다.
이것이 미 부시 행정부 일방으로 급격히 결정된 것도 놀랍다. 한·미동맹의 수평적 개념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정부는 그토록 몰랐다가 통보에 부득이 동의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서부전선 2사단 병력의 대폭 철군은 전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현대전은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다. 대폭 철군에도 전력공백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누가 곧이 듣겠는가 믿을 사람이 없다. 서부전선은 수도 서울의 코 앞이다. 북측은 가만 있는데 무슨 전쟁 걱정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소린 당치않다. 군사적 강자가 약자의 평화를 보장해준 역사가 없다. 평화는 균형이 서야 보장된다.
정부의 미군 감축에 따른 대책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국방비 부담의 절감을 상당부문 사회복지비 등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주한미군을 인정하는 순기능이다. 이 점이 예산을 군비 증강에 치중하는 북측과 다르다. 미군이 예뻐서 놔두는 게 아니다.
알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이라크 추가 파병은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장병의 희생을 막기위한 주둔지역 선정의 신중은 능히 이해한다. 정부는 지금도 계속 파병할 것이며, 이번 미군 감축은 추가 파병과 연계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해가 잘 안 된다. 이라크 추가 파병은 해도 이젠 실기한 것 같다. 미 2사단 병력 감축은 크게 보아 자국의 병력 재배치 계획의 일환일 수 있으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군 병력이 감축되는 마당에 수천명의 국군이 빠져 나가도 괜찮은 것인지 이젠 이 역시 궁금하다.
부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전화 대담에서 대한(對韓) 방위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동맹관계의 변질이 부인되긴 어렵다. 이 정부는 관계 정립을 이루지도 못하면서 변질만 가져왔다. 안보환경의 변화는 당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주동안 시장불안으로 2조원 가량의 외국자본이 일탈했다. 안보환경의 변화는 설상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조차 늦추고 있다. 기민해야 할 정부 대응책이 왜 이러는지 궁금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