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남포 서쪽 서한만(灣) 일대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자원 개발을 요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북한의 극심한 에너지난과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전략적 자원인 석유부문을 개방하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반도와 중국 사이 서해 대륙붕의 해저 유전 개발을 위해 한국과 북한, 중국이 지난 달 베이징에서 극비접촉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이를 뒷받침해 준다.
서한만 일대는 1997년 북한이 450배럴의 석유를 최초로 시추한 뒤 그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 곳에 50억~400억 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발표한 곳이다. 매장량 50억 배럴 이상이면 ‘초대형(자이언트급)유전’으로 분류한다.
북한 원유공업성이 서한만 유전개발을 한국에 요청한 이유는 기존에 탐사를 맡았던 노르웨이 업체(GGS사)와의 계약기간이 끝난 데다 다른 서방기업들의 참여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달 북한 원유공업성 싱가포로 사무소가 한국석유공사에 개발참여를 타진하는 제안을 한 뒤 이후 팩스 등을 통해 사업개요를 설명했다는 산업자원부의 언급은 서한만 유전개발의 상당한 접촉을 의미한다.
문제는 군부가 실질적인 조정권을 갖고 있는 북한 원유공업성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국의 보수파가 불쾌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다자간 틀이 아닌 남북간 직접 교섭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명분 자체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인 만큼 핵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고 나서 북한 유전 탐사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순리라고 판단된다. 한국이 석유공사를 통한 민간 차원의 접촉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물론 북한 내 유전개발은 경제적 요인 외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이 서한만 개발에 합의할 경우 한국은 유전에 대한 지분참여를 통해 원유자급률을 높이고, 북한의 경제난 완화로 남북간 긴장이 완화될 것이다. 서한만 유전개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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