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라일락 향기

담 너머에 곱게 핀

라일락꽃 한 송이

꺾어달라 조르던 단발머리 소녀야

금년에도 어김없이

봄은 또 오고

라일락 향기가 온 누리를 적시는데

세월에 밀려 밀려

빛 바랜 추억 뒤에는

껍데기만 덜렁 남은 나그네가 서 있구나

라일락꽃을 꺾자

떼를 쓰던 사람아

자네도 어느 댁 할머니가 되었겠지

오월이면 다가서는

라일락 향기

이제는 묻으련다

추억에 일기장에

다시는

다시는 찾지 않을

아주 먼 기억 속으로

/ 이병권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