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술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는 어려서부터 말재주로 유명했다. 나이 든 두 명의 시인이 시험삼아 그를 찾아왔다. 한 사람이 홰(槐)나무에 올라가 물었다. “내가 무슨 나무 위에 있는가?” “소나무 입니다.” “왜 그런가?” “어르신께서는 나이가 많으시니 할아버지(公)입니다. 공(公)자 옆에 나무가 있으니 소나무(松)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시인이 같은 나무에 올라가 물었다. “이 나무도 소나무이니 나도 할아버지가 되겠구나?” “그 나무는 홰나무 입니다.” “왜 전과 다르게 말하느냐?” “이전과 다르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귀신(鬼)이 나무 위에 있으니 홰나무(槐)가 맞습니다.” 두 시인이 감탄해 마지 않았다.

‘자사생합(字詞省合)’, 글자를 해체하거나 조합해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책략이다.

‘부와 지위의 상징’인 더글러스는 대선에서 “저는 링컨이라는 시골뜨기에 귀족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링컨은 유세 때 이렇게 말했다. “더글러스는 체신장관, 토지장관, 내무장관 등을 역임한 큰 인물입니다. 반면에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의 재산이 얼마인 지 물어 봅니다.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 하나밖에 없지만 그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입니다. 게다가 저는 의지할 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오직 여러분들 뿐입니다.”

더글러스의 자랑은 부메랑이 되어 약자를 멸시하는 행위로 비치게 됐다. 부드러움으로 견고함을 이기는 ‘이유극강(以柔克剛)’이다.

일부러 어리석은 척 하는 ‘가치부전(假痴不顚)’, 제가 놓은 덫에 걸리게 하는 ‘청군입옹(請君入瓮)’, 괴이한 물음에는 괴이하게 대답하는 ‘괴문괴답(怪問怪答)’, 잘못한 김에 계속 잘못을 저지르는 ‘장착취착(將錯就錯)’, 사람에 따라 달리 말하라는 ‘인인시언(因人施言)’ 등 화술은 다양하다. 상대를 이기는 데만 힘을 쏟는 변론술의 맹점은 진실의 누락이다. 세치 혀가 백만군사보다 강할 때가 있지만 능란한 화술은 약(藥)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정치판 달변가들이 쏟아내는 ‘말’이 불안할 때가 많다.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