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좋은 벗이란

올바르게 벗을 사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덕을 사귀어야 한다. 자기가 잘난 것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자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들의 관계는 친밀할 수도 없고 오래 갈 수도 없다.

상대방에게 겸손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교만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마음이 벗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벗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벗의 환경이나 지위 등이 자신보다 못하다 하여 정신적 우월감을 가지고 친구를 대하여서는 안된다.

벗을 사귈때에는 내가 나이가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내가 존귀한 사람이라고 자랑하지 말며 형제가 많다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벗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덕성을 벗하는 것이니 자신이 남보다 나은 점을 믿어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보면 “수원리악우(須遠離惡友)하고 친근현선(親近賢善)하라”는 말이 있다.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고 악한 이는 멀리하라는 말이다. 또한 “대자(大者)는 위형(爲兄)하고 소자(小者)는 위제(爲弟)니라”는 말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은 형이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동생이라 한다. ‘군자는 남들과 조화로울 줄 아나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는 않고 소인은 남들에게 부화뇌동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벗을 사귀는데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선조에 남이웅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또 남이웅(南以雄)의 절친한 벗으로 조경(趙絅)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남이웅은 성격이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않고 호탕하였으나 조경은 청백하고 검약한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이 두 사람을 보니 성격과 기질은 전혀 다른데도 친하기가 이를데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묻기를 “보통 사람이 서로 벗하는 것은 반드시 뜻과 취미가 서로 맞은 뒤라야만 오래토록 변치 않는 법인데 공과 남공은 서로 뜻이 같지 않으면서도 사귐이 깊으니 어찌된 까닭입니까”하니 조경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나는 천성이 좁기때문에 남공의 넓은 것을 즐기고, 남공은 너무 화통하기 때문에 나의 검약한 것을 즐기는 까닭입니다”라고 하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성서로운 부처님이 이 땅에서 출현하신 달이기도 하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이겨내야 하겠다.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내려오신 것도 모든이의 행복과 안락을 위해서이다. 세상은 혼자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반, 즉 친구가 없으면 훌륭한 인격체로 선근도 갖추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바로 좋은 벗인 것이다. 우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만 무턱대고 부화뇌동하지 않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성형스님.의왕 청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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