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도정, 안정에서 개혁으로 가는 길에 부쳐

손학규 경기지사가 오는 7월1일부터 새로운 민선3기 후반기를 맞아 전반기동안 추진해온 ‘안정’이라는 도정의 기본틀을 ‘점진적 개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공직사회 안정을 기반으로 경기도내 전반적인 사회안정을 추진해 왔던 손 지사의 그동안 행태로 봤을때 과연 이런 변혁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일각의 의구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 지사의 기본적 성향은 분명 안정보다는 ‘개혁’쪽에 가깝다.

학창시절의 행적을 보아도 그렇고, 교수시절의 스타일을 보아도 그렇다. 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상을 되돌아 보아도 역시 ‘개혁적 인물’이라는데 이견을 달 인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전반기동안 공직사회의 안정을 기반으로 사회안정을 도모해 왔다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며 후반기 도정의 패러다임을 개혁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쩌면 그의 본 모습과 역량을 도민들에게 불살라 보겠다는 강한 의지일 지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 정국을 보나 국민적 바람을 보나 ‘개혁’이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손 지사가 도정의 큰 틀을 바꾼다는 것은 도민들에게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개혁을 외부에서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전문가들을 수혈해 진행한다는데는 논란이 일지 않을수 없을 것 같다. 손 지사의 한 측근은 “전반기 안정기반속에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외자유치나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 구현 등 경제살리기 등은 그 틀이 수준급에 달한 만큼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획으로 새로운 틀을 조성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사고의 틀이 고착화된 공무원보다는 참신한 외부 전문가의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코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외부수혈에만 의존하는 개혁(점진적 개혁)은 결코 오래갈 수 없으며 그 배경에도 의혹의 눈초리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외부수혈자들은 손 지사와 임기를 같이하는 운명공동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손 지사 임기중에 외부수혈을 통한 공직사회의 개혁을 추진한다할 지라도 그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추후에는 미증유의 공직사회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손 지사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공직사회의 회귀본능이 발동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니함만 못한 개혁이 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와함께 외부수혈이 손 지사가 소속된 한나라당의 구조조정이나 국회의 변화에 따른 수용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이와관련, 도는 ‘공개경쟁인 만큼 결코 그런 연계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최근 총재 비서실장이 거느리고 있던 인사가 도에 입성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만큼 그 개연성은 적지않다는 시각이다. 도정의 기본틀을 개혁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해서는 공직사회와의 합의가 선행돼야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안정을 추구해 온 손 지사에 대해 공직사회는 다시한번 믿고 개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고 손 지사는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안감과 의구심들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공직사회가 신뢰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신뢰속에 도정의 틀을 대전환할 때 손 지사의 개혁은 요원지화(燎原之火·들판에서 태우는 불)처럼 활활 타올라 성공한 개혁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정의 개혁을 추구하는 손 지사와 새로운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경기도 공직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후반기에 기대해 본다./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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