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김혁규카드’ 재고하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국무총리에 김혁규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의중이 친정체제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는 짐작된다. 또 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는 국정의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부정적으로 볼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왜 꼭 김혁규냐 하는 덴 대통령을 위해 염려스런 마음을 갖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소회다. 우선 국회의 임명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반란표를 배제할 수가 없다. 개혁 코드에 안맞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은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취약지역 출신의 사람을 내세워 회유한다는 게 과연 소기의 정치적 성과를 얻을 것인가에 강한 의문을 떨치기가 어렵다.

우리가 아는 그는 3선의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지사라는 것 밖에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3선을 도운 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그가 국무총리에 지명될 만큼 검증된 능력을 지녔다고 보기엔 객관적 거부감을 갖는다. 이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김 전 경남도지사가 국무총리로 지명될 경우 청문회를 통해 당적 이탈 등 정치적 훼절 과정을 철저히 추궁할 태세로 보인다. 이렇다 하여 한나라당을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또 민주노동당은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총리 후보는 부적절하다며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 바가 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의 김혁규 카드가 국정 수행의 안정을 위해 더 이상 집착하는 게 결코 좋지 않은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이미 조기 부분 개각의 좌절로도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만약 김혁규 총리 지명까지 여대야소의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부분 개각의 좌절과는 비교가 안되는 더 큰 치명상을 입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의 역학 구도에서 고심하는 흔적은 능히 짐작한다. 고충 또한 이해한다. 그러나 역리가 지름길이어도 돌아가는 순리보단 빠르지 않다. 우리는 대통령의 2년차 직무 집행이 순항이 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기 때문에 김혁규 카드에 대한 깊은 재고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차기 총리후보 감을 듣도 보도 못한 사람으로 거론하자면 김씨 말고도 더 훌륭한 인물이 없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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