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용하는 용어들 가운데 ‘캐시그랜트(cashgrant)’는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에 터 매입 등 투자비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클러스터(cluster)’는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밀집해 있는 모양이다.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기술, 인력 및 지식정보의 교류를 통한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 특정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임베디드(embdded)’는 무엇이 속에 고정돼 있는 뜻이다. 전자제품· 컴퓨터· 엘리베이터 처럼 어떤 소프트웨어에 의해 작동하는 자동장치는 모두 임베디드 시스템 이라고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물이나 공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모습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컴퓨터 망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환경을 의미한다.
이런 용어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요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하면서 쓰고 있는 외국어들이다. 사전을 뒤지거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뜻인 지 쉽게 알 수 없는 용어들이다. 일례로 농림부가 최근 ‘지역농업 클러스터’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정작 농협 직원조차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아예 ‘영어도시 서울’로 만들려는 지 대중교통체계를 바꾼다며 시내버스에 로마글자를 표기하고 있다. 또 거리에 ‘Hi Seoul my bus 7월1일부터 버스가 빨라 집니다’란 현수막을 내걸어 불필요한 영문혼용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우리 말 살리는 겨레모임’이 “서울시가 지금처럼 영문표기를 계속 부추긴다면 이명박(李明博)서울시장을 올해의 ‘우리 말 으뜸 훼방꾼’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이 간다. ‘우리 말 해치는 가장 나쁜 사람’이라는 말도 괜찮겠다.
일본은 ‘유비쿼터스’를 ‘시공자재(時空自在)’라는 용어로, 인센티브는 의욕자극제, 글로벌은 지구규모 등으로 바꿔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행정용어 뿐 아니다. 대기업들도 회사명을 거의 영어로 바꾸고 있다. 이러다간 앞으로 자녀들의 이름도 외국명으로 지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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