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은 인간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에서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남성의 정자수 감소 등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기형·암 등을 유발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도 포함돼 있으면서 환경으로 배출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국내 하천 생태계에서 물고기나 개구리의 암수 뒤바뀜 현상이 관찰됐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비스페놀A·프탈레이트류·알킬페놀류·다이옥신·PCB(폴리염화비페닐) 등이 대표적이다.
1996년 데오 콜본 등은 ‘도둑 맞은 미래’란 책에서 화학물질, 특히 환경호르몬의 위협을 경고했다. 인간이 사용한 화학물질이 생태계를 돌아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고 이것이 건강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내용이다. 이미 국내 소각장 주변지역에선 주민을 대상으로 일부 혈액 조사를 한 결과 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PCB, 브롬화 난연제(PBDE), 다이옥신 등이 검출된 바 있다.
해외에선 ‘사람의 피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슬로건으로 혈액조사가 심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이 영국내 13개 지역에서 지원자 155명의 혈액을 채취해 유해화학물질 존재 여부를 분석한 결과, ‘사람의 혈액은 유해물질의 칵테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많게는 한 사람의 혈액에서 조사대상 78종의 63%인 49가지 물질이 검출됐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도 지난해 미국인의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 116개를 조사한 결과 1~5세 어린이 723명의 혈액 100㏄에 납이 평균 2.23㎏(마이크로그램 100분의1㎎)이 들어 있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에서 산모의 모유 속에 들어 있는 다이옥신의 농도가 일본·독일·미국 등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것으로 나왔다. 다이옥신은 쓰레기 소각장 등 각종 연소시설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월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의 불순물도 다이옥신이다.
환경이 아프면 사람의 몸도 아플 뿐 아니라 혈액마저 변질된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환경오염이 무서운 줄 모른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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