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없는 백성?

중국 산둥성(山東省)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영훈씨(41)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내 마음은 항상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있고 마음은 갇힌 자가 아니라 세상을 훨훨 날아 다니면서 나의 소망과 삶을 위해 살고 있어…” 또 이런 대목도 있다. “하루 종일 먼지 날리는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당신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고생스럽지만 감옥에서 나갈 때까지 참고 견뎌주기 바래…”

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말을 했다. “기쁨의 극치는 받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주는 데 있단다. 기쁨은 실제로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어서 그 기쁨을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 그리고 또 이런 말도 했다. “아빠 소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니? 남북한 민족이 사랑하고 단합해서 통일되는 거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빠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작은 사랑 실천이야.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하고 남북 정부가 해야겠지…”

중국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하던 최씨는 지난해 1월 옌타이항에서 탈북자 80여명을 탈출시키려다가 중국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1년4개월째 복역 중이다. 얼마전에 어느 신문에 보도된 그의 편지 내용이 이토록 애절하다. 신문 보도는 자신을 체포하고 기소하고 재판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직분이니까 중국 당국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그의 심경을 전했다.

지난 한해동안 중국이 탈북자들을 붙잡아 북송한 수가 8천여명에 이른다. 아직도 중국에서 숨어지내는 탈북자가 약 1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평양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두려워 북의 인권문제엔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중국에도 역시 정부 관계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고 들려주기 거북한 말은 아예 입을 봉하고 있다.

이 바람에 죄같지 않은 죄를 진 최씨 같은 사람들만 고생을 하고 있다. 민족사랑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해도 남의 일처럼 못본 체 한다. 그는 나라없는 백성이 아니다. 나라의 주권 체모가 참으로 말이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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