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법’ 헌법소원 추진을 주목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의 선거 전략으로 나온 것이 행정수도다. 그리고 특정지역의 남·북도를 두루뭉실하게 후보지역으로 하여 애드벌룬을 띄웠다. ‘행정수도로 재미를 봤다’는 것은 바로 노 대통령이 한 말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만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행정수도 지역의 선정을 미뤄온 것은 물론 다른 연유도 없지 않겠지만 그 특정지역 남·북도의 기대심리를 최대한 부풀려 정치적 이득을 챙길 심산도 없지 않은게 역연하다. 오는 8월에 선정한다지만 또 늦어질 공산이 없지 않다. 선정된다 해도 특정지역 남·북도의 그간 기대 심리가 다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예상후보지역으로 있다가 탈락한 대부분의 지역은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안게 될 것이다.

행정수도를 두고 솔직하지 못한 이 정권의 부도덕성은 어의의 은폐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부의 각 부처, 국회와 대법원 등 3부 요로를 다 옮기면 이는 수도를 옮기는 천도다. 이런데도 행정수도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주술이다. 대선 공략으로 내세워 당선됐으므로 이미 국민적 합의로 보아도 된다는 강변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선거공약이란 원래 포괄적 인지 사항이지 개별적 승인 사항인 것은 아니다.

제16대 국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은 한나라당의 큰 실책이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지역의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나중에 예산심의에서 삭감할 요량으로 우선 법 통과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지만 심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문제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지닌 위헌성을 들어 시민단체 등이 헌법 소원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 하다. 일찍이 수도를 옮기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요정책의 국민투표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온 우리는 헌법 소원의 추이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천도 같은 막중지사를 그 흔한 공청회와 입법청문회 한번 없이 얼렁뚱땅 해치운 것은 적법절차 결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적 산물인 행정수도란 게 위헌의 소지까지 지닌 법률적 결함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통일에 대비키 위한 민족적 대의의 관점에서도 남행천도는 심히 당치가 않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