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개발한 3대 대량파괴무기(WMD)로는 핵(Atomic)무기, 생물학(Biological)무기, 화학(chemical)무기가 대표적이다. 이 3대 대량파괴무기는 영문자 이니셜을 따 ‘ABC무기’로 불린다. ABC무기 중에서도 가장 비인간적인 것이 화학무기다. 북한은 1961년 “독가스와 세균은 전시에 효과를 발할 수 있다”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화학무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1980년대부터는 각종 생물학 작용제를 생산 비축하면서 독자적인 화학전 공격능력을 완비하게 됐다.
현재까지 북한이 비축한 화학무기는 2천~5천t 규모로 이 양은 4만t을 보유한 러시아, 3만t을 비축해 놓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가이다. 화학무기 1천t으로 대략 4천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데 신경가스인 ‘사린가스’의 경우 4.5㎏만 살포해도 4분만에 1천만 명 정도를 몰살시킬 수 있다. 북한은 2억 명 살상분 화학무기를 보유했는데 함경남도 함흥·흥남, 함경북도 청진·아오지, 평북 신의주, 자강도 만포, 평남 안주·순천 등 8곳의 화학무기 생산시설과 4곳의 연구시설, 170여 개의 지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다양한 화학탄 투발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지상에서는 박격포, 야포, 방사포와 프로그(FROG), 스커드(SCUD), 노동1호 미사일, 해상에서는 화력지원정, 공중에서는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등을 이용하여 전방은 물론 부산과 목포지역까지 동시에 화학탄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소리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화학무기를 지구상에서 추방하기 위해 체결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이 1997년 4월27일 국제적으로 발효됐다. 그러나 현재 북한,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는 아예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국방대학교 정병호(丁炳浩)박사가 지난 4월28일 국방·안보 학술세미나에서 “북한은 이미 2002년초 휴전선 일대 전방부대에 화학무기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무력이 이러한 데 주한 미군이 감축, 아니 철군해도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안보의식은 위험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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