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고래’는 포경선이 추적하면 수중에서 귀신같이 진행방향을 바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는 미국 탐험가이자 고래 연구가인 로이 챔프맨 앤드루가 1912년 울산에서 조사하며 이름 붙였다. 그는 1914년 논문을 통해 한국계 귀신고래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귀신고래는 오호츠크해와 한반도 해안을 회유하는 한국계, 북극해와 멕시코를 오가는 캘리포니아계로 나뉜다. 캘리포니아계는 20세기 초반 수천마리까지 줄었다가 적극적인 보호로 2만여 마리로 불어났다.
한국계 귀신고래는 동해 북부와 오호츠크해의 수심 얕은 연안에서 번식을 하다 늦가을 남쪽으로 이동한다. 11~12월 울산 앞바다를 지나 남해, 서해 및 동쪽 중국해에서 번식하고 다시 3~5월 울산 앞바다를 회유하며 북상한다.
몸 전체가 회색이며 최대 길이는 약 16m, 몸무게는 45t, 임신기간은 13.5개월이다. 출생 직후의 길이는 4.5~5m, 2~3년에 1회 출산하고 수유기간은 7개월이다. 최대 수명은 70세 정도다. 한국계 귀신고래와 우리 민족의 친밀성은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3마리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또 ‘연오랑 세오녀’등 각종 설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등 수천년동안 연관을 맺어왔다.
그러나 한국계 귀신고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외국의 포경에 의해 남획되며 멸종위기에 까지 이르렀다. 1974년 멸종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지만 한국·미국·러시아 등이 벌이고 있는 사할린 연안조사를 통해 현재 100여마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울산 장생포 해역은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뻘을 삼켜 갑각류 등을 먹는 귀신고래의 ‘바다 밑 경작’은 해류에 비해 3배 가량 효율이 높다. 비옥한 바다를 만드는 농사꾼인 셈이다. 근래에 향고래 떼가 우리 해역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해양생태계가 살아있다는 바로미터다. 연안생태계가 되살아나 16m의 거대한 귀신고래가 한반도 연안에서 회유하는 모습은 상상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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