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7대 국회가 개원되었다. 국회의원들의 의원 선서, 국회의장의 개원사, 노무현 대통령의 개원 축하 연설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헌법을 지키겠다고 엄숙히 국민 앞에 선서했으며, 국회의장은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국회는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모두 다 좋은 말이고 또한 국회는 국민을 위하여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
그러나 지난 5일 제17대 국회가 처음으로 열린 날의 운영과정을 보면 과연 제대로 국회가 운영될 지 염려된다.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의원 총선 후 최초 집회일에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부의장 선출 문제 등으로 의장만 선출하는 파행 운영을 했다. 그것도 예정된 개회시간을 무려 12시간이나 지나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의장만을 선출하였다. 첫날부터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국회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부끄럽고 실망스럽다.
역대 국회 중 최악의 의정활동을 했다고 평가된 제16대 국회도 최소한 개원 첫날은 국회법을 어기지 않고 의장단 구성을 마쳤는데, 제17대 국회는 첫날부터 이런 오점을 남겼다. 과연 앞으로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지 걱정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 외면 당하는 국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17대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국회 스스로 법을 지키는 준법국회가 돼야 한다. 준법은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입법행위인데, 법을 제정하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위반한다면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가.
국회는 정쟁만 일삼지 말고 상생의 정치를 펼쳐 주기 바란다. 상생의 정치는 의회정치의 원칙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말하며 이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한다.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하는 정치를 하지 말고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하는 생산적 의정활동을 펼쳐주기를 요망한다. 파행으로 운영된 17대 국회의 첫날이 오히려 앞으로 국회운영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진정으로 국민의 국회가 되기를 거듭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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