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양심선

횡단보도 선상 바로 앞에서 차들이 일직선으로 가지런히 서있는 것을 보면 참 보기가 좋다. 마치 병아리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처럼 정겨운 감도 든다. 정지신호 때 자동차 번호판이 횡단보도선 안을 침범하면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을 매긴다니까 이렇게 정연해졌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져 있는데도 차가 마구 들어서 들쭉날쭉하게 서있거나 횡단보도 복판에 멈추어 행인이 길 건너기에 불편을 주기 일쑤고 심지어는 사고를 낼만큼 엉망이었던 게 바로 엊그제다. 횡단보도선 앞에서 자동차바퀴 몇 번 더 굴려 횡단보도로 들어선다하여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공연한 조급증으로 운행권을 앞세워 보행권을 침해해 왔다. 누가 지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정지선은 양심선’이란 표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걱정인 것은 경찰이 집중단속 한다니까 이렇게 잘 되는 데 마냥 이의 단속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의 단속이 풀리면 전처럼 또 엉망이 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정지선 지키기는 차량운전의 기초질서다. 이를 자율적으로는 안 되어 타율적으로만 해야 한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할 것인 지 정말 부끄럽다.

자동차 보급 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선 지가 이미 오래다. 자동차는 많아도 자동차문화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동차 보급 대수가 늘수록이 자동차 운행 질서는 더욱 악화돼가고 있다. 질서는 불편한 것 같아도 너도나도 지키면 아주 편리한 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중도덕이다. 공동체 사회를 지탱해 준다.

교통질서를 말하자면 비단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만이 다반사인 것은 아니다. 신호위반, 차선위반, 과속질주, 난폭운전, 운전방해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가관인 것은 법질서를 위반하고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큰 소리치는 몰염치다. 자동차문화가 성숙되면 사고도 줄고 인명 피해도 크게 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촉구하고 싶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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