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반란’

통계청이 작년 10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 구성비가 7%를 넘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에 이미 들어섰다. 2019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고령화가 진전될 수록 투자의 위축, 근로계층의 축소, 재정적자의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급격한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조세부담률이 급증해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이 많이 늘어나고 2020년에는 노인 의료비 지출이 65세 미만 인구 전체 의료비를 초과하며 204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인들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짐이 될 것이라는 내용들이다.

소설 ‘개미’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중 ‘황혼의 반란’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재정이 고갈되고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 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 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주인공 프레드 노인은 진압군에 붙잡혀 안락사를 당하면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라는 저주와 같은 말 한 마디를 남긴다. 최근 한국의 노부모들이 자식들로 부터의 폭언이나 냉대 등 ‘정서적 학대’(43.8%)에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한국에서도 ‘황혼의 반란’이 일어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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