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의 ‘개’안부

미국과 일본은 제2차대전의 최대 적대국이었다. 일본은 동맹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에 비해 가장 늦게 미·영·중·소 등 연합국에 항복했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로 있다가 일제 패망으로 광복을 되찾았다. 38선 이남에는 미군, 이북에는 소련군이 일제통치가 물러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와 일본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군정을 폈다. 이남에서는 미군이, 이북에서는 소련군이 해방의 은인으로 환영받았다. 남쪽에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북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립되면서 미군도 소련군도 다 철수했다.

이남에 미군이 다시 들어온 것은 1950년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다. 인민군에게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국군의 반격과 미군 등 참전 16개국의 도움으로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참전으로 후퇴하여 지금의 휴전선으로 끝났다.

반세기가 지났다. 당시 미군이 아니었으면 벌써 이남도 적화됐을 걸 막아준 미군더러 이젠 ‘갈테면 가라’하고, ‘감축한다 철군한다’며 한·미간에 틈이 생겼다. 혈맹의 동맹관계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참석차 미국에 갔다가 미·일정상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부시가 집에서 기르는 개 두 마리의 안부를 물었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최대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이처럼 가까워진 데 비해 은인이라고 했던 대한민국은 미국과 틀어져 가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도 개 안부까지 물어가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선 미국을 이용하자고 하면 친미주의라며 나라 팔아먹는 듯이 매도한다. 부시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니꼬운 점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부시가 영원한 미국 대표자는 아니다. 자기 나라에서도 욕을 많이 얻어먹는 부시다.

자주국방, 그 얼마나 좋은 말인가마는 일이란 게 말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한 자존심으로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다. 고이즈미라고 우리보다 자존심이 없어 개 안부를 다 물었겠는가. 우리는 용미를 하자 해도 개 안부 따윈 묻지 않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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