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일방적 추진을 거들어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정권은 신행정수도 입지를 당초보다 한달이나 앞당겨 확정 발표하기로 계획을 바꿔 서두는 등 기정사실화를 위해 졸속으로 가고 있다. 행정수도도 당치않지만 행정수도가 아닌 천도를 하면서 법테두리를 벗어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을 내세우는 독주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이 법을 만드는 데 손 들어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29일 제16대 국회에서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큰 실책이다. 이유는 충청권 의원들을 무마하고 17대 총선에서 충청권 민심의 반발을 막자는 고육지책의 고려였다. 나중에 예산심의에서 삭감하면 신행정수도 이전은 백지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 원내 전략이었으나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래, 충청권 의원들과 민심을 달래어 17대 총선에서 이득을 챙겼는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들러리만 선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왔다. 원칙이 아닌 변칙플레이의 결과는 결국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재앙을 가져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는 이렇기 때문에 항상 정도로 가야 한다. 당장은 정도와 원칙으로 가는 길이 어렵고 험난해도 정도와 원칙으로 가면 뒤탈이 없어 언제나 당당하다. 그러나 상황논리에 따라 변칙으로 가면 갈수록 입장이 더욱 군색해진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는 분명한 공식 입장을 취해야 한다. 제1 야당으로 천도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고 가서는 명분도 설득력도 없으므로 대국민 사과로 새로운 전기를 가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소신에 특정지역을 의식하는 그런 소아병적 발상은 버려야 한다. 그런다고 투표에서 떨어질 표가 더 모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국익과 대의에 따라 정책정당으로 가는 것이 공당다운 면모다. 법 제정의 족쇄에 묶여 좀 더 적극적으로 조리있게 천도 추진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 역시 공당의 면모가 아니다.
대통령이 후보 때 신행정수도 문제를 두고 국민과 약속한 국민투표 절차는 어떤 이유로든 배제될 수 없는 의무 사항이다. 한나라당이 국민투표가 요구된 헌법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끌려 가서는 거센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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