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크고 시원하게 쭉 뻗은 나무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어 베어져 일찍 산을 떠나지만, 못생긴 나무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않아 산을 지킨다는 한 현인의 글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서 이 말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잘 생기고 눈에 띄는 나무들은 산에서 끝까지 제대로 커 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못생긴 나무들은 자기가 살아온 산을 지키면서 건실하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못생긴 나무는 나중에 대들보 역할을 하거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산에 오래 남는 것은 못생긴 나무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병은 무엇일까. 바로 조급병이다. 서둘러 성장하고자 한다. 서둘러 부자가 되고자 한다. 서둘러 큰 자가 되고자 한다.

홍사성이 쓴 ‘채근담’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오래 엎드린 새가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이 지는 것도 빠르다” 그렇다. 높이 날기 위해서는 오래 엎드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날기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았던 인물일수록 오래 엎드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애굽의 총리대신이었던 요셉은 13년을 기다렸다. 애굽의 왕자였던 모세는 그의 백성을 해방시키기 위해 40년을 광야에서 준비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으로 40년을 엎드려 준비하고 모세의 후계자가 되었다. 다윗도 초라한 목동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엎드려 있어야 했다. 예수님도 온 인류를 구원하는 것을 준비하는데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이후 3년의 공생애를 사셨다. 사도 바울도 예수님을 만난 후 아라비아 광야에서 3년을 보내고 초대 기독교의 초석을 내렸다.

우리에게도 엎드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엎드리지 않고 높이 날려고 하기 때문에 쉽게 쓰러지는 것이다. 자신을 저수지처럼 충분히 채우지 않고 자꾸 내어주기만 하기때문에 쉽게 고갈되는 것이다.

한국의 가장 큰 수력발전소인 소양강댐도 처음 3년동안 물이 차기까지는 물을 한방울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 엎드려 실력을 쌓는 사람, 오래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 오래 엎드려 삶을 배우는 사람이 오래 엎드린 새와 같이 멀리 날아가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 무너진 사람들을 보라. 나름대로 괜찮았던 사람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라. 일확천금을 얻으려고 조급했던 사람들을 보라.

이들이 무너지는 것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생기고 눈에 띄는 나무들은 다 사라졌다. 그리고 못생긴 나무들이 우리 주변을 지키고 건실하게 대들보 역할을 하고있다. 지난 세월부터 오랫동안 못생긴 나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

앞으로도 삶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는 대들보가 되는 못생긴 나무가 되길 바란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기를 바란다.

/최의동.前 연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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