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차량’은 노란 색상에 경광등·승강구 발판 등 안전장치를 갖춰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4월 현재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차량은 전국에 6천941대다. 이 중 초등학교·특수학교 등 규모가 큰 교육기관 차량을 빼면 유치원·어린이집·놀이방·학원에 소속된 버스는 4천577대다.
전국의 보육시설·유치원·학원 수가 10만여 개로 대부분 한대 이상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고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어린이통학 차량에 개인사업자가 운행하는 지입 대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이나 영세 학원들은 지입차량 비율이 훨씬 높다. 지입차량 운전자들은 여러 학원·유치원과 시간제로 계약하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긴다. 어린이들의 안전에 소홀히 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법규를 안 지키는 것은 대부분 비용 때문이다. 제대로 안전시설을 갖추려면 차량 크기에 따라 50만~200만원이 들고 어린이 운송 특약을 하면 보험료도 비싸진다. 전용차량 운전자를 고용하는 인건비까지 더하면 영세한 놀이방·학원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이런 이유로 기준을 지키지 않는 탓에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도 인천의 5세 여자어린이가 자신이 다니는 예능학원 승합차에, 또 3세의 남자어린이가 학원버스에 치여 숨졌다.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14세 이하 어린이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338명이다.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는 1만9천266건으로 2002년(1만6천990건)보다 13.4% 늘었다. 이 중 통학버스 관련사고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명무실한 어린이통학 차량 신고제도를 현실화하지 않는 점이다. 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보육시설이나 학원의 차량 운행에 일일이 동행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어린이통학 차량은 시설기준과 상관없이 모두 등록토록 하여 당국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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