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의 ‘이중상술’ 규제는 왜 없나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이중상술’에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 수수방관 하는 당국의 처사도 심히 못마땅하다. 최근 은행과 카드사들이 내놓고 있는 신용카드 신상품의 다양한 부가 혜택들을 보면 2~3년 전 카드 업계 호황기 때와 비교해서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전혀 없다. 예컨대 매년 1회 동반자 제주 무료 왕복항공권, 항공기 비즈니스클래스 동반자 50% 할인 등 최근 한 카드사가 출시한 신상품에 새롭게 추가된 부가서비스다.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항공권 7% 할인,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50% 할인 등 기존 부가서비스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신상품에 대한 풍성한 혜택과 달리 기존 상품에 대해서는 몹시 인색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금융사마다 “경영난 때문에” 라는 구실로 가차없이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일례로 제일은행은 7월 10일부터 ‘CJ쉬즈’ ‘노블즈’ 등 각종 제휴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한다. 모든 회원에게 적용되던 주유 할인, 영화 할인, 이동통신요금 할인,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의 혜택이 앞으로는 ‘최근 3개월간 신용구매 실적이 30만원 이상인 고객’으로 대폭 강화된다.

전업계 카드사들도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서비스 축소에 나선 상태다. LG 카드는 최근 40여종의 상품 중 부가 혜택이 많아서 관리비용이 큰 10여종의 상품에 대해 신규발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규 고객은 우대하고 기존 고객은 홀대하는 ‘이중 상술’을 부리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고객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혜택이 많은 신상품을 통해 고객을 흡수한 뒤 안정적으로 고객이 확보되면 혜택을 축소하는 암묵적 관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끼(부가 혜택)’ 때문에 카드를 발급받은 회원들이 미끼가 없어져도 그대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최대한 이용하는 셈이다.

결국 피해는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여성들만을 위한 특화서비스를 한다며 출시했던 여성 전용 카드들도 혜택이 축소돼 일반 카드화된 게 허다하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벌이는 ‘두 얼굴의 장삿속’을 규제하는 제도는 왜 없는지 당국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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