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피해 축농가 대책 세워라

지난 4월 1일 개통된 고속철(KTX)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열차가 일으키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선로변의 축산농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선로와 50m쯤 떨어져 있는데도 열차가 지나갈 때는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화성시가 고속철 시험운행 기간인 지난 3월 고속철 주변 축산농가에서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70db(데시벨)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연구소에 따르면 소음도가 70db을 넘을 경우 돼지와 젖소의 유·사산율이 20%에 이르며 젖소의 산유량도 30%나 감소하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에서 돼지를 사육중인 한 축산농가는 임신한 어미돼지 110마리가 잇따라 사산하고 육성돈 400여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 농가는 25년 동안 돼지를 키웠어도 어미돼지가 잇따라 사산한 적이 없고, 한국미생물연구소의 역학조사 결과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님이 밝혀져 축사에서 20m 떨어진 고속철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속철 선로와 맞닿은 매송면 원평리의 또 다른 농가는 최근 임신한 소 10여마리가 출산 예정일보다 2 ~ 3개월씩 앞당겨 새끼를 낳았는가 하면, 양질의 사료를 먹여도 고속철이 다니기 전에 비해 하루 산유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사료값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원평리의 다른 농가는 선로와 50m쯤 떨어져 있는 데도 젖소 10여마리가 유산하고 산유량도 마리 당 10% 이상 줄었다.

경기도의 경우 고속철 선로변에 인접한 축산농가는 화성시 16농가, 평택시 12농가 등 모두 28농가에 이른다. 한우·돼지·젖소·닭·사슴 등을 사육하는 이들 농가는 대부분 4~5 분 마다 한번씩 소음과 진동이 이어지고 밤에는 번쩍거리는 불빛까지 겹쳐져 가축은 물론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일 것이다.

이렇게 가축피해 민원이 극심한 데도 철도청은 소음측정 등으로 대처하는 게 고작이다. 그리고 가축피해 발생 때 마다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선로 인접 지역 거주민의 이주대책 등 고속철 인접지의 피해대책을 수립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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