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죄가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된 가나무역의 김선일씨가 끝내 피살됐다. 실로 통분과 애도를 금할 수 없다. 하지만 김씨의 죽음에는 정확한 피랍시점과 정부 당국의 인지 시점 등 몇가지 의문점이 나타난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이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김씨의 피랍시점은 지난 15일 또는 17일이 아니라 5월 31일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피랍부터 살해까지의 시간이 1주일 미만이었는 지 아니면 3주 이상이었는 지는 구출가능성의 측면에서 사건의 핵심이라고까지 할 중대한 사안이다.

현지 미군부대 등 미국측으로부터 김씨 피랍과 관련한 정보 제공이나 공유채널이 존재했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만일 미군부대측이 김씨의 실종과 관련한 정보를 우리측에 넘기지 않았다면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 대규모 병력 파견을 요구하면서 동맹 국민의 안위에 관한 사안을 소홀히 다뤘다거나 한-미간 정보교류 통로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받아 들이기가 심히 어렵다.

문제는 더 있다. 김씨를 고용한 가나무역측이 그동안 자체구명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면 불과 100명에도 못미치는 교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현지 공관이 왜 그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 지도 이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국민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한다. 최소한 이라크 파병 확정을 앞두고 김씨의 피랍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부터는 벗어나야 한다. 고의적인 사실 은폐는 무능력이나 판단 실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대국민 기만행위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우리는 격앙된 감정을 이성적으로 자제해야 한다. 김씨의 피살은 경악을 금할 수 없는 비통한 사건이지만 테러범들에 대한 분노가 전체 이라크 국민과 이슬람에 대한 증오로 분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극소수의 테러범들이 절대다수의 선량한 이라크인들이나 이슬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제 우리 앞에 엄연한 사실로 나타난 국제테러범죄에 대한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행하게 타계한 김선일씨의 명복과 유가족들에게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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