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바꿀 때 수수료를 낸다?

한국은행이 일정 수량 이상의 동전을 교환할 경우 수수료를 물리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니 그야말로 황당하다. “대량의 동전 교환이 현실적으로 은행업무에 불편과 방해를 주는 데다 아무 제한없이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 보니 동전을 쌓아두고 유통시키지 않아 동전을 추가 발행하는 데 따른 비용만 계속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도 그러하다.

법적으로도 현행 한국은행법은 동전과 지폐는 똑같은 법적 화폐로서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동전교환도 원칙적으로 한국은행과 모든 시중은행에서 가능하다. 이런 데도 대량의 동전을 바꿔주려면 세는 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므로 수수료를 받도록 하자는 제안을 일부 은행장들이 주장하고 한국은행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다면 근검절약의 상징이던 ‘돼지저금통’은 귀찮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셈이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돼지저금통을 들고 은행에 가면 홀대하기가 일쑤라니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일례로 잔뜩 배가 부른 저금통을 들고 딸과 함께 은행을 찾아간 한 주부가 톡톡히 무안을 당했다. 딸아이에게 저축습관을 가르치기 위해 동전을 모으도록 시켰는데 기특하게도 1년 만에 돼지저금통이 묵직해진 것이다. 동전을 바꿔 딸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줄 계획이었으나 낭패를 당했다. 은행 직원이 동전 교환은 오전에만 가능한 데다 은행에 거래게좌가 없기 때문에 교환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돼지저금통 두 개를 들고 은행을 찾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은행 직원이 ‘10원, 50원, 100원, 500원’등 액수별로 갯수를 세서 분류하고 총액이 얼마인 지 알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은행측의 태도는 심히 부당하다. “객장에 번호표를 받고 대기 중인 고객이 수십명이나 있는 데 그런 업무는 내팽개치고 저금통과 씨름할 순 없지 않느냐”는 말은 은행이길 포기하는 것이다. 도대체 은행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동전을 바꾸러 온 사람도 고객이다.

동전 바꿀 때 수수료를 받으려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한국은행의 방안은 어불성설이다. 만일 이 방침을 강행한다면 향후 동전 자체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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