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화향품(法句經 花香品)에 ‘불무관피 작여부작(不務觀彼 作與不作) 상자성신 지정부정(常自省身 知正不正)’이라는 말이 나온다.(남의 잘못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하지 마라 / 언제나 스스로를 먼저 살펴 옳고 그름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명구도 결국 이 성찰(省察)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모든 행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서양의 지성사에서 성찰은 철학의 방법으로까지 확대되어 간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하여 ‘성찰하는 나’를 철학적 사고의 가장 확실한 근거점으로 보았다. 이에 영향을 받은 빌헬름 분트는 “나의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의식의 전부라고 보아서 이를 연구하면 인간의 마음과 심리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험심리학을 제창하기에 이른다.
자기성찰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인식활동에 관심이 많고 예민하며 정확하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도 정확하다. 또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한 고민이 많고 준비활동에 관심이 많다.
이 지능이 낮거나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나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대명사, 예컨대 ‘나’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못할 정도다. 나를 객관적으로 투시하고 응시하는 능력이 결여된 것이다.
다중지능을 주장하는 하버드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그가 제시하는 8가지 다중지능 중 자기성찰기능을 가장 핵심적인 능력으로 간주한다. 많은 위인 연구를 통해서 가드너가 발견한 그들의 공통점의 하나는 자기인식 활동이 많았고 정확했다는 점이다.
요즘 정치판은 자신이 잘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같은 당원이면서도 상대를 폄훼하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기성찰 지능의 결여와 미흡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의 능력 결여 혹은 정치활동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국민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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