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안보의식이 너무 해이해졌다

지난 6월15일 0시를 기해 남북 대치의 상징이었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선전전이 분단 42년여 만에 사라진 것은 남북간 긴장완화를 뜻하는 획기적인 일이다. 비무장지대 선전전은 그동안 남북이 서로 대형 전광판과 확성기를 통해 상호체제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낮밤을 가리지 않고 거의 하루 종일 이어졌으나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간과 횟수가 줄었고 내용도 순화됐었다. 이러한 선전전이 ‘6·15 남북 공동선언’ 채택 4주년을 맞아 아예 중단된 것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할 때 실로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북한이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자료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심리전에만 10여 개의 조직을 동원하고 있으며, 김정일이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직접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징병제 폐지, 북핵 합리화, 이라크파병 반대, 김정일 우상화 같은 선전물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람할 수 있는 북한 운영 인터넷 사이트 8개, 해외운영 친북 사이트 9개, 국내운영 친북사이트 98개, 이념 동아리 사이트 2천53개 등 총 2천 168개의 사이트가 북한의 선전내용을 여과 없이 전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속자가 하루 평균 3만명이 넘는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렇게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가 안보에 거의 무감각한 상태인 것 같아 심히 불안하다. 일례로 지난 15일 서울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서 “ 일부 남쪽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두고 북에서 약속을 위반했다는 데 약속을 위반한 건 남쪽이요, 미국이 저항(훼방)을 놓은 것”이라는 등의 북측 인사의 반미 발언을 TV를 통해 생중계한 바 있다.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주한미군 감축 등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금강산 당일 관광’등 환상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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