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국민경제를 위해서다. 그러나 작금의 이른바 ‘여름철 투쟁’을 보면 노동쟁의의 타당성을 인정하기가 심히 고민이다. 병원노조 파업이 타결되기가 바쁘게 또 줄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쌍용차가 이미 파업에 들어가고 이밖에 지하철·백화점·섬유·금융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한미은행은 이미 파업중이며 공공연맹 소속 노조도 강도높은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부는 팔짱만 낀채 구경하고 기업은 끌려가고 노동계만이 득세하는 세태가 됐다. 1차 여름철 투쟁에 이어 2차 여름철 투쟁을 보면서 생각되는 것은 파업을 해야 할만큼 그들 노동자 사정이 과연 절박하느냐는 의문이다.
노동계의 요구중엔 더러는 경영에 간섭하는 것도 있어 노동권의 한계를 의심케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임금인상, 주5일근무제, 비정규직 철폐 등으로 집약된다. 이는 당연히 노동권에 속하는 현안이긴 하다. 하나 객관적 시각이라는 것도 있다. 과다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주5일 근무제실시에 따른 인원보강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관철하려는 것은 기업의 일방적 과부담이다. 비정규직 자리도 얻지못해 방황하는 청년 실업자가 수두룩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런 식으로 관철하고자 하면 비정규직 마저 붙어있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는 이들이 많게 된다.
지금 나라 안팎 사정이 참으로 어렵다. 당장 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올 성장 목표치 5% 달성이 아주 비관적이다. 민중은 빚투성이고 민생은 해먹고 살게 없다할 정도로 하루 하루 살기가 벅차다. 중소기업 노동자들 중엔 대기업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열악한 임금 속에서도 기업 형편을 고려해 인내하는 노동자들이 참으로 많다. ‘여름철 투쟁’을 벌이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그래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비하면 처지가 노동귀족이라 할 만큼 훨씬 더 낫다.
문제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잇따른 파업으로 사회가 어수선하여 민중 민생이 더욱 무력감에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노동쟁의도 파업도 경제적·사회적 객관성이 고려되어야 공감대가 연대된다. 해마다 때가 되면 으레 되풀이 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연중행사로 여긴다면 이는 집단이기일 뿐 국민경제를 위한다 할 수가 없다. 노동계의 ‘여름철 투쟁’에 이같은 고려가 있기를 충심으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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