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지사가 경기도에 입성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돼 내일 모레 민선3기 전반기 도정평가 및 후반기 도정운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한다. 손 지사를 알고 지낸지도 어언 10여년이 되지만 최근 2년은 그야말로 백구지과극(白駒之過隙·인생의 빠르기가 문틈의 흰말이 달려가는 듯하다)이 아닌듯 싶다.
민선3기 지방선거를 치를때만해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항상 웃는 얼굴에 나름대로 관리된 듯한 피부를 지녔던 그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흰머리가 부쩍이나 늘고 피부도 상당히 거칠어져 ‘세월은 못막는구나’ 하는 천고의 진리를 외형에서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그의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것 같아 또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경기도를 전국 최고의 자치단체로 만들어 보겠다며 도지사 선거에 나서 승리한 뒤 경기도가 안고 있는 최고의 현안인 교통과 교육 등 인프라구축을 전반기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고 후반기에서 개혁을 앞세운 민생복리에 초점을 맞춰 또 한번의 일을 치러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전 회식자리에서 그는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고의 우선은 도지사로서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 다시한번 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전반기 도정이 손 지사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해도 표가 나지않는 교통문제라든가, 교육계와 실랑이가 벌어진 교육문제라든가 하는 것은 도대체 해해해도 도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측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럴때마다 손 지사는 “대권이니, 3龍이니 하는 욕심도 중요하지만 이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발전시키고 경기도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라며 꿋꿋하게 표 안나는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입성 초기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약속을 잘 지켜내고 있는 것 같아 후반기 도정에도 나름대로 신뢰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후반기 도정이 그리 쉽지마는 않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신행정수도와 주한미군 이전, 국가균형발전을 빌미로한 공공기관 및 기업들의 지방이전, 수십가지에 이르는 수도권 규제,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난에 고실업, 날로 그 중심을 잃어가는 경기도민의 정체성 등 도대체 끝이 안보이는 난제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 3년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하마평이 나도는 상황에서 경기도민들의 내심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의 탄식부터 흘러나오기에 충분한 사안들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손 지사의 심기일전을 또다시 기대해 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민선3기 후반기 도정에 예고된 난제들을 손 지사에게만 모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경기도정이 나아가야할 방향타는 손 지사가 쥐고 있더라도 그 항해를 무난히 마칠수 있는 백주(柏舟·잣나무로 만든 배로 중국에서는 잣나무가 최고의 배 재료로 인정받았다고 함)는 전 공무원과 도민들이 함께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후반기 도정운영 방안을 놓고 최근 손 지사가 측근과 고위간부 뿐 아니라 주사급 공무원들과 몇 시간씩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참으로 ‘새롭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민선3기 후반기 성공적 도정을 위해 화우지계(火牛之計)를 모아야 할 때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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