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대학생'

‘자린고비’는 ‘다라울 정도로 인색(吝嗇)한 사람을 꼬집어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다랍다’는 ①오관(五官)에 거슬릴 정도로 매우 더럽다 ②몹시 인색하다는 뜻이다. 자린고비 어원은 지독한 구두쇠 양반이 부모 제사 때 쓴 제문의 종이를 아껴 태우지 않고 접어 두었다가 두고 두고 써서 제문 속의 아비 고(考), 어미 비(?)자가 절었다 하여 생긴 저린고비라는 말이 자린고비로 변했다고 전한다. 자린곱이·자린꼽쟁이·꼬꼽쟁이·꼽재기·자리꼼쟁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나라 설화 중 지독히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하여 다룬 자린고비 얘기가 많은데 자반고등어에 얽힌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구두쇠 영감이 자반생선을 한 마리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구들에게 밥 한 숟가락 떠먹고는 자반을 한번씩 쳐다보게 하였는데 아들이 어쩌다가 두번을 쳐다보면 “얼마나 물을 켤려고 그러느냐”하고 야단쳤다는 내용이다. 이 얘기는 더 발전된다.

어떤 사람이 구두쇠 영감의 행동을 보려고 담 밖에서 자반생선을 한 마리 던져 넣었다. 그때 마당을 쓸고 있던 영감이 “아이쿠, 밥도둑놈!”하고 질겁을 하면서 생선을 담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내용으로 변한다.

그런데 요즘 설화 속의 자린고비들 못지 않은 ‘자린고비 대학생’이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아 안쓰고 버티는 구두쇠 작전을 쓰는 것이다. 한창 멋을 부릴 여대생들이 옷을 저울에 달아 무게로 값을 매기는 상점을 애용하는데 니트소재의 탱크톱이나 민소매티셔츠의 무게가 94g, 값으로는 2천350원이다. 면소재 여름티셔츠는 118g이어서 2천900원에 살 수 있다. 스커트나 바지도 5천 ~ 8천원을 넘지 않아 대학생들이 선호한다.

휴대전화 요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받기 전용으로 하는가 하면 아예 끊어버리고 공중전화를 이용한다.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교통비, 식비를 아껴 1만원으로 일주일을 생활한다니 현대판 자린고비다. 자린고비의 정의는 사실 근검절약이다. ‘자린고비 대학생’은 그래서 초라하지 않다. 되레 멋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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