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3기 후반기 손학규호가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는 기자회견을 갖던 전날인 지난달 30일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사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해 그를 아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민선2기 당시인 2001년 여주, 이천, 광주에서 분산돼 개최됐던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성공리에 마쳐 그 능력을 인정받아 민선3기에는 ‘경기방문의 해’를 중심으로 한 경기도 관광사업 육성의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 받았던 그가 내년 5월까지 보장됐던 임기를 뿌리치고 사직했으니 세간이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민선3기 후반기를 맞는 손학규 지사의 도정운영의 폭을 넓혀 주기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짤막한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 당시 언론계에는 연일 13개 도 산하단체 및 출연기관들의 수장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도정이 후반기로 접어드는 만큼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제부터 대권을 염두해 둔 포석을 놓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회자됐고 그 이유로 ‘산하단체와 출연기관을 이를 위한 브레인들로 채워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목적을 바탕으로 도의 한 고위간부가 일일이 이들 수장들을 만나 ‘결단’을 촉구했다는 것도 대상기관 관계자중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김 사장의 사직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평소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은 결과였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군다나 일부 수장들이 ‘임기’를 운운하며 생명줄을 연장하기위한 갖가지 ‘로비전’을 전개했다는 소문이 나돈 것도 그를 더욱 괴롭혔을 것이다.
이에따라 굳이 김종민 사장의 결단을 ‘미화’하거나 ‘우매’하다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간에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물러날 때’를 아는 수장과 ‘퇴출시킬 때’를 아는 도정의 현명한 판단에 대해서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한다는 제언은 해야할 것 같다. 도의 산하단체 및 출연기관들의 수장들은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들이 아니었던가. 나름대로 아직 못다한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자리에 연연,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불만의 대상이 되거나 손가락질을 받는 마지막 모습은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굳이 몰아내겠다면 당당하게 그 자리를 떠나 주는 것이 그동안 자신들이 정성들여 가꿔온 모습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들을 선택, 민간위탁이라는 형태로 갖가지 일을 부려왔던 경기도도 자신들의 행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최근 사법부가 ‘임기가 보장된 산하단체장을 임기 도래전 사전동의없이 사퇴토록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을 사전에 알고서도 무턱대고 이들 수장들의 교체설을 흘려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조직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는지 말이다. 그 피해는 결국 경기도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물러서게 하려면 그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보편타당한 진리이며 만약 불가피하게 교체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우와 관례, 혹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선행될 때 잡음과 불만이 최소화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경기도와 산하단체, 출연기관 모두가 경기도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당사자들은 걸해골(乞骸骨)의 결단과 교칠지심(膠漆之心)의 안타까움을 갖고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한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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