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선린 외교는 신용이 있어야 인정을 받는다. 개인사회의 사생활에서도 신용을 잃으면 두번 다시 상종하기를 꺼리는 것이 인간 사회다. 하물며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더 말할 게 없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두동강 난 것이 불행히도 나라 대 나라 사이라면 이 역시 서로가 신용을 지켜야 한다. 신용이 없으면 경제협력도 민족공영도 평화공존도 다 헛 말이 된다.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남북 해군 함정간의 핫라인이 가동된 지 보름만에 교신이 먹통이더니, 먹통이 되고난 지 일주일이 되도록 교신이 중단된 연유조차 회시하지 않은 채 계속 묵묵부답이다. 북측이 약속을 어긴 사례는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언제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는 그 책임을 남쪽에 떠넘긴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만은 지키겠지 하고 기대했던 것이 연이나 또 이상하게 돌아 간다. 핫라인 가동은 군사적 충돌을 막자는 것이다. 평화공존과 직결된다. 이러한 중대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북측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이래가지고는 북측을 믿기가 심히 어렵다. 앞으로도 남북간에 약속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약속 사항이 많을 수록 좋다. 한데, 어떻게 믿고 또 약속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상대하지 않을 수도 없고, 또 상대하다 보면 약속해야 할 일이 생긴다. 지금까지 남쪽은 북측에 이렇게 끌려왔다. 평화를 위해서다. 이러다 보니까 이젠 북측이 남쪽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따질 것은 좀 따져야 상호간에 신뢰를 쌓을 수가 있다. 해군 함정간의 핫라인 두절에 무턱대고 입을 다물고 눈치만 보는 건 정부가 취할 자세가 못된다. 북측과의 교류에서 상대를 신용있게 만드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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