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말의 뿌리를 캐 보면 이렇다. 시초에는 ‘서울’과 ‘나라’가 하나였다. ‘사벌, 사불, 사비, 새벌, 소부리’ 등에서 ‘사, 새, 서, 소, 쇠’의 ‘ㅅ’갈래 말과, ‘벌, 불, 부리, 비’의 ‘ㅂ’ 갈래 말을 뽑아 낼 수 있다. ‘ㅂ’ 갈래 말은 “땅, 마을”의 뜻이다. 이래서 ‘서울’이란 말의 뿌리 말이 ‘서블’로 요약되는데, 그 원말은 ‘??’이다.
우리 나라 ‘서울’이란 말은 “큰 마을, 새 땅”이란 뜻의 아주 좋은 말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중국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라고 ‘서울’이란 말을 한자로 적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한글이 없을 때 우리도 한자로 적을 수밖에 없어서, 소리로 ‘沙伐(사벌), 沙弗(사불), 泗?(사비), 徐伐(서벌), 所夫里(소부리)’로 적었다. 뜻으로는 ‘鐵原·철원(쇠벌→새벌), 松嶽·송악(솔부리→소부리) 등으로 적었다. 다 우리 말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서울’을 한자로 쓰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그 위원회가 ‘首耳·수이(서우얼), 首沃·수옥(서우워), 首兀·수올(서우우), 首屋·수옥(서우우), 世友耳·세우이(스유얼), 首屋?·수옥이(서우우얼), 首午?·수오이(서우우얼), 首塢?·수오이(서우우얼)’ 등의 안을 내 놓았다.
그 위원회는 자기네들의 안(案)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지난 3월부터 공개모집을 했는데 시민들이 안을 보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首兀·수올(서우우), 首屋·수옥(서우우), 索?·색이(쒀얼) 등이다.
서울시는 5월 21일 “ ‘서울’을 ‘首?(서우얼)’, ‘首五?(서우우얼)’ 중 하나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과연 ‘서울’이 그런 한자로 적혀도 되는가. 한 마디로 안된다. 중국 말의 소리에 맞춰 ‘서울’ 적기를 바꾸는 것은 주권 나라로서 주체성을 잃는 짓이다. 중국인들이 영국이나 미국으로 편지를 보낼 때 한자로 적지 못하고 로마자로 적어 보내듯이 우리에게도 ‘서울’을 한글로 적어 보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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